저도 어쩌다가 이런 글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미리 해명을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이 글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1. 화봉요원 팬픽입니다. 말인즉 공명 방통은 그렇다치고 순욱 곽가 가후 주유까지 몽땅 동문 사형제지간으로 나온다는 말입니다. 더러운 수경팔기! 더러운 수경팔기!
2. 본격 하드보일드 간지를 지향했는데 아 맙소사 1화가 절반도 안 갔는데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개그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존나 민망한 챕터 제목은 하드보일드 간지의 슬픈 흔적기관 정도로 이해해 주시고.
3. 제목이 적뼉인 이유는 오 아무개 감독을 향한 시비가 아니라 그냥 웃자고 붙여봤습니다 어떤 종류의 오해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4. 자 그럼 진짜로 뻥 안 치고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독자 여러분 읽고 웃읍시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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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한두 방울씩 주춤주춤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은, 차츰 세를 불리는가 싶더니 밤이 깊을 무렵에는 제 4구역 전체를 요란한 빗소리로 가득 채워 놓았다. 생기 없이 우두커니 늘어선 고층 빌딩들 사이로 비뚤비뚤 뻗은 중앙 대로는 대낮과 마찬가지로 적막했다. 문자 그대로 불야성인 중심도시와는 달리, 제 4구역의 밤거리는 칠흑 같은 어둠 그 자체다. 거리의 가로등은 성한 것이 열에 하나쯤 될까말까하고, 낡고 초라한 건물에 세를 들거나 혹은 그냥 들어가 사는 주민들은 밤이 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리에 눕는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잠들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현관문 앞에 가로놓인 낡아빠진 가구가 혹시 모를 총탄이나 침입자를 밤새 잘 막아주길 기원하면서.
사실 살 사람은 대문을 열어젖히고 잠들어도 살고 죽을 사람은 무슨 수를 써도 죽는다. 양양대의 진모 교수가 여러 해 전 자포자기하듯 발표한 통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심도시의 범죄 발생률을 1로 잡을 경우 외곽 구역의 범죄 발생률은 구역의 차수의 세제곱에 해당하는 배수가 된다. 진 교수의 어린아이 같은 숫자장난을 믿기로 한다면 제 4구역의 범죄 발생률은 중심도시의 64배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사실이 그랬다. 제 4구역은 어린아이 같은 숫자장난뿐 아니라 어린아이 같은 힘의 논리도 통용되는 무법 지대였다. 앞뒤없이 난폭하고 순진하리만치 잔인한, 그런 폭력 조직들이 길가에 떨어진 담배 꽁초만큼이나 흔해빠진 곳인 셈이다.
"그런 식의 지향하는 바가 없는 폭력에서 무슨 미학을 찾을 수 있겠나. 안 그런가?"
방통은 한가로운 태도로 말을 건넸다. 그의 대화 상대자는 골목 안쪽의 얕은 피웅덩이에 얼굴을 박은 채 쓰러져 있었다. 양 다리는 예술적 우연성이 느껴지는 불규칙한 각도로 이리 꺾이고 저리 꺾여 있었으며, 허리는 바깥쪽으로 굽어지는 관절이 서넛쯤 생긴 것처럼 보였다. 왼팔은 팔꿈치 아래로는 온데간데 없었다. 시체처럼 힘없이 축 늘어진 오른팔만이 비교적 양호한 처지였다. 명백히 피해자의 괴로움을 지향하는 폭력이 저질러졌음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아 있었다. 방통은 씩 웃었다. 부하들을 잘 뽑았군. 기술적이고 세련된 결과물이야.
무기력하게 꿈틀거리던 피해자의 움직임이 점차 멎어갔다. 방통은 우산을 접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카만 하늘을 등지고 총알처럼 내리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삽시간에 그를 흠뻑 적셔놓았다. 잔잔한 유쾌함이 느껴졌다.
"전깃줄에 앉은 참새가 죽지 않고 말짱할 수 있는 까닭이 뭐라고 생각하지?"
피웅덩이에서 피거품이 뻐끔뻐끔 일었다.
방통의 목소리에 특별히 날이 더 서지는 않았다.
"그건 양다리를 걸치지 않기 때문이야."
북부역의 패자 공손찬은 죽었다. 이윽고 피웅덩이의 흔들림이 잦아들었다.
우산을 다시 펼친 방통은 큰길로 나섰다. 온 사방이 방통의 기호에 맞게 어두컴컴했다. 방통은 주머니에 남은 한 손을 찌르고 느긋하게 걷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북부역 일대는 그의 지배 하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부터 사실상 그의 지배 하에 있었다. 오늘의 목적 지향성 폭력은 다른 군소 조직들에 대한 경고를 겸하는 것이었다. 아마 내버려둔 시체는 날이 밝으면 공손찬의 부하들이 수습해 갈 것이다. 그 때까지 살아들 있다는 전제 하에. 그리고......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있었다. 방통은 우산을 접고 제자리에 멈춰섰다. 길 저편에서 희미하게 반짝이기 시작한 불빛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이목은 전혀 두렵지 않았지만 어두컴컴한 환경을 선호하는 방통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 저녁 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해 근방의 조명이란 조명은 모두 깨뜨리고 박살냈었다. 그나마 무사했던 가로등이나 길가에 세워 둔 자동차 헤드라이트부터 만에 하나 불을 켤지 모른다고 여겨지는 집 창문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지금 이 시각에, 이 근방에 한 점의 불빛이라도 남아 있어서는 안 되었다. 완벽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계획에 작은 흠집을 낸 그 빛을, 방통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불빛 뒤편에서 체리향 연기가 손사래를 치듯 피어올랐다.
"삼사형께서 오실 줄은 몰랐군."
"오갈 때마다 일일이 보고하고 다닐 나이는 지났지."
코트 주머니에 들어 있던 양 손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빈손이었다.
"방해할 생각으로 온 게 아니야."
"허튼 소리."
첫째. 이미 일이 끝나서 방해할래야 방해할 수도 없을 거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해를 하고 있다. 담뱃불 꺼라. 가후는 사제의 짤막한 한 마디와 차분한 주시를 그런 의미로 이해했다. 때마침 점점 뜸해지던 빗방울 하나가 시가 끄트머리에 똑바로 떨어졌다. 치익. 피어오르던 연기가 잠시 주춤했다. 가후는 한 손을 도로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는 입에 물었던 시가를 내려 들었다. 담뱃불을 끄지는 않았다.
"업무 중에는 담뱃불을 끄지 않는 게 신조라서."
"빨리 끝내도록 도와줄 수 있는데."
"공손 형이 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업무인가?"
"그래."
방통은 걸어왔던 방향을 가리켜 보였다.
"환전소 옆 골목길로 들어가봐."
가후는 눈썹을 한 차례 꿈틀하고서 방통이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방통은 가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모바일 폰을 꺼내들었다.
환전소 옆 골목길 안쪽은 네다섯 갈래나 되는 샛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공손찬의 시체는 그 모든 갈래길을 차단하듯 골목 한가운데 널브러져 있었다. 선명한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가후는 담배연기를 폐 안 가득 들이마시고서 공손찬의 시체에게 다가갔다. 시체를 뒤집어 눕히자 사지가 일제히 덜렁거렸다.
가후는 눈살을 찌푸린 채 묵묵히 공손찬의 시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과연 안주머니에서 총알에 꿰뚫리고 피에 흠뻑 젖은 가죽 지갑이 발견되었다. 지폐와 동전을 모두 빼내자 지갑 깊숙이서 작은 쪽지가 나왔다. 어느 노트에서인가 아무렇게나 급히 찢어낸 듯한 종이 쪼가리였다. 가후는 쪽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한밤중인 데다 아직 비도 다 그치지 않아서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가후는 좀 더 밝은 곳으로 움직인 뒤 쪽지를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쪽지를 지갑에 갈무리하고 막 품에 넣으려는 찰나였다.
철컥. 차가운 총구가 모자챙 밑으로 파고들어 뒤통수에 닿았다. 가후는 두 손을 천천히 치켜들며 일어섰다. 빗발에 가렸던 피 냄새와 거친 숨결이 확 밀려왔다. 낮고 천천한 목소리에 핏발이 잔뜩 곤두서 있다.
"영 피닉스."
가후는 마지못해 입을 열어 대꾸했다.
"아니, 맞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범인은 그 사람이 맞아.
탕! 코끝까지 찡하게 울리는 총성, 번갯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 가후는 크게 휘청거리는 와중에도 권총을 빼들며 생각했다. 이런 제기랄. 이해를 못 했나, 아니면 이해를 하고 이러는 건가. 탕, 탕, 탕탕!! 몇 발의 총성이 한없이 멀리서 메아리치듯 귓전을 울렸다. 가후는 젖은 골목 바닥에 풀썩, 하고 쓰러졌다. 공포로 실성한 채 차갑게 굳어진 공손찬의 얼굴이 가후가 의식을 잃기 전에 본 마지막 무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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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 작정이셨습니까."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시선이 만만찮은 무게로 느껴졌다. 가후는 농담기 한 점 없이 굳어진 얼굴로 대꾸했다.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숨막히는 격통 탓도 컸다. 몸통이 하나의 이빨이라면 옆면이 심각하게 썩어서, 마취도 없이 생으로 잘못된 부위를 득득 긁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죽일 생각은 없었지."
"그렇다면 앞으로는 머리에 정면 사격을 가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죽었나?"
"수술을 마치고 중심도시의 대형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죽지 않을 겁니다."
가후는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비좁지만 깔끔한 방 안이었다. 허름한 침대 두 개가 전부인, 이 병원의 유일한 입원 시설이다. 침대 옆의 자그마한 사각 테이블 위에 놓인 꽃병에는 종이꽃 한 송이가 소담스레 피어 있다. 종이빛깔만큼 새하얀 동백꽃이다. 반대편 벽에 붙은 침상에는 그의 조수가 대자로 드러누워 있었다. 환자복이 아니라 평소 입고 다니는 검정 재킷바람 그대로다.
"봉효는?"
"넷째 사형은 보시다시피 주무십니다."
"일어나라, 넷째."
"정신은 말짱히 깨어 있어. 일어날 힘이 없을 뿐이지."
곽가가 느긋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새벽부터 두 사람을 추가로 짐짝처럼 실은 채 바이크를 몰아 병원으로 달려왔으니 그럴 법도 하지 않느냐는 게 그의 해명이었다. 바이크의 경우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이 있었지만 정작 주인은 야트막한 언덕배기 하나 걸어오르는 데도 전신의 기력을 다 쥐어짜내야 하는 저급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결과적으로 한나절이 꼬박 지나고 다시 해가 중천에 떠오르는 지금까지도 곽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입만큼은 마음먹은 대로 놀릴 수 있었다.
"일곱째, 시장한걸."
"일어나서 드십시오."
"침대로 들여보내 줘."
"버릇 나빠지십니다."
"까마득한 아우에게 걱정받을 만큼 나약한 몸은 아닌데."
"의사로서의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사형의 건강은 금연을 실천하신 상태의 셋째 사형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난 죽을 때나 되야 담배를 끊을까, 그 전에는 생각이 없군."
"옳게 말씀하셨습니다."
가후는 피식 웃고는 머리맡을 더듬어 코트를 찾았다. 흡연 욕구가 동했다기보다 일종의 자리를 비켜 달라는 신호에 가까웠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코트 안주머니에 손을 넣는 시늉을 하자마자 그의 일곱째 사제가 다가와 코트를 뺏어들고, 다시 말해 시가 케이스와 지포 라이터 등 흡연에 필요한 도구 일체를 들고 병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병실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곽가가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을 큰 병원으로 가도록 놔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차피 일곱째가 막았을 텐데, 차라리 가만히 있는 편이 나았지."
"아예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야. 여섯째의 끄나풀이더군."
"난 공손 형 끄나풀일 줄 알았는데. 넌 어떻게 알았어?"
"얼굴 반쪽을 유치찬란한 문신이 뒤덮고 있었으니까."
"....어두워서 잘 못 봤어."
가후는 지난 밤에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요약해서 이야기했다. 공손 형과 접선하기로 한 시간에 맞춰서 약속 장소로 나갔음. 웬 동네 양아치들이 그 으슥한 곳까지 나타나 시비를 걸었음. 다 때려눕히고 기다렸음. 세 개피쯤 늦게 약속 장소가 변경되었고 일이 무진장하게 잘못되었는데 아무튼 어떻게든 만나자는 연락을 부하를 통해 전달받음. 어찌어찌 하다가 공손 형의 시체를 발견했음. 메모를 찾아내자마자 여섯째의 끄나풀이 방문했음. 영 피닉스 어쩌고 저쩌고 한 거 보니까 의심의 여지가 없음. 여섯째가 날 죽이려고 하다니 맙소사 앞으로 편히 다니긴 틀렸음. 곽가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걸렸다.
"무서우면 여기 숨어서 지내면 어때? 아무리 여섯째라도 여기는 건드리지 않을 텐데."
"심각하게 고려해보는 중이야."
일곱째의 실수인지 배려인지, 전날의 메모가 든 가후의 지갑은 코트에서 빠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힘겹게 침대 밑으로 손을 뻗어 지갑을 주운 가후는 다시금 채광이 잘 되는 병실 안에서 메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다고 딱히 내용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우윳빛깔 산다화'가 대관절 뭘 뜻하는 거지?"
"암호겠지. 굳이 하얀 동백꽃이라고 적지 않고 저렇게 적은 걸 보면."
"더 없어?"
"샅샅이 뒤져볼 시간은 없었지만.... 지금 도로 가 봐야 시체는 진작 회수됐을걸."
"그럼 문약이 뭔가 알아냈을지도 모르겠군."
"네가 찾아가. 난 사절하겠어."
"이 한 마디만 들고 간들 대사형이 만족할 것 같진 않은데."
가후는 어깨를 으쓱했다. 물밀 듯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표정은 과히 밝지 못했다.
"알 게 뭐야. 배에 세 발이나 총알을 맞았는데. 주절주절 토를 단다면 대사형이고 나발이고 죽여버리겠어."
"말만큼은 당당한 사나이 대장부군."
"말이라도 당당한 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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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_다_진모_때문이다.txt

